Page 20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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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듯 전혀 막힘이 없어야 ‘향상의 수단을 쓴다[提持]’고 할 수 있
            으리라.

               듣지 못하였느냐?양수(良遂)스님이 마곡(麻谷)스님을 찾아뵈었
            을 때,뵙자마자 마곡스님은 방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
            그가 의심을 품고 있다가 두 번째 다시 찾아뵙자 이번에는 마곡

            스님이 채소밭으로 휙 가버렸다.그러자 양수스님은 단박에 깨닫
            고 마곡스님에게 말하였다.
               “스님!저를 속이지 마십시오.스님을 찾아와 뵙지 않았더라면,

            일생을 12부경론(十二部經論)에 속아서 지낼 뻔하였습니다.”
               이처럼 했던 것을 보건대,그는 참으로 힘을 덜었다[省力]하겠
            다.양수스님은 되돌아와서 대중들에게 말하기를,“여러분이 아는

            것을 나는 모조리 알지만 내가 아는 것은 여러분이 모르리라”하
            였다.양수스님이 안다 한 것은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경계로서,

            다른 사람들이 결코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겠으니 진짜
            사자라 할 만하구나.그 집안의 종지를 잇는 법손이 되려면 반드
            시 그의 경지를 벗어나야만 할 것이다.

               달마(達摩)스님이 양(梁)나라에 갔다가 위(魏)나라로 가서 낙초
            자비(落草慈悲)*로 사람을 찾으며 소림(少林)에서 9년을 홀로 앉아
                          2)
            있었다.이때 깊은 눈 속에서 한 사람을 만났는데 마지막에 “무엇
            을 얻었느냐”고 묻자 다만 세 번 절하고 제자리에 가 서니 마침내
            “골수를 얻었다”는 말이 있게 되었다.



            *낙초(落草):원래는 풀숲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양민이 난세를 피해 초야에 묻
              혀 초적(草賊)이 된다는 의미.양민이 초적이 된 것을 여기서도 높은 사람이 자신
              을 낮추어 자비를 베푼다는 뜻으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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