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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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단박에 깨치는 것이다.
여기에서 곧바로 알아차려 쓰고 싶으면 쓰고,가고 싶으면 갈
뿐,허다한 일들이 없다.마음씀[心行]이 익어져 모든 것을 단박
놓아버리면 어디에서든지 문득 쉬어서 안락하게 되어 종일토록
배부르게 밥 먹고 코를 골며 잠을 잔다 해도 옳다 하리라.
처리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함이다.그림
자를 인정하여 우러러보거나 소리를 듣되 그것을 따르지 않고,맑
고 고요한 성품을 꼭 붙들어 큰 보배를 얻은 양 가슴에 품고는 종
일 소소영영(昭昭靈靈)하다고 하며,잡된 알음알이로 스스로 자부
하고 나도 한 소식 했다고 하는 것들이다.
그런가 하면 더 나아가서는 종사에게 인가를 받았다고 하여 아
견만을 늘리고,고금의 문장을 이리저리 천착하여 불조의 말씀을
확인해 보고는 일체를 업신여긴다.묻기만 하면 재주를 부리며 그
것에 착 달라붙어 한 무더기가 되었는데도 정반성(定槃星)*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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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읽었다는 것도 끝내 모르는 것이다.그러다가 누군가 그에게
방편을 베풀어 끈끈한 것을 떼어 주고 결박을 풀어 주면 도리어
“나를 가만두지 않는구나,나를 옥죄는구나.도대체 무슨 심보냐!”
라고 하니,이래 가지고야 어찌 구제될 수 있으랴!
오로지 단박에 그릇된 줄을 스스로 알아서 가지고 있던 것을
다 놓아버려야 하리라.선지식이 되어 이와 같은 무리들을 만나면
모름지기 큰 솜씨로 단련시키되,온개도인,반개도인[一個半個]만
이라도 깨치게 했다면 삿됨을 뒤집어 올바름을 이루었다 하리라.
폭한 놈을 뜻한다.장삼이사(張三李四)와 같은 말.
*정반성(定槃星):저울의 기준이 되는 눈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