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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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23
(定)․혜(慧)입니까?”하자 천황스님이 말하기를,“여기 나에겐 그
런 부질없는 살림살이는 없다”고 하였다.또 덕산(德山宣鑑:782
~865)스님에게 “무엇이 부처입니까?”하고 물었더니 덕산스님은
“부처님은 서천(西天)의 늙은 비구다”하였다.또 석두(石頭希遷)스
님에게 “무엇이 도입니까?”하고 묻자 “나무토막이니라”고 하였
고,“무엇이 선입니까?”하고 묻자,“벽돌이니라”고 하였다.
한 스님이 운문(雲門文偃)스님에게 묻기를 “무엇이 불조(佛祖)
를 초월한 이야기입니까?”하자 “호떡이지”하였고,또 조주(趙州)
스님에게 “달마스님이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뜰 앞의 잣나무다”라고 하였다.또 청평(淸平)스님에게 “무엇이
유루(有漏)입니까?”하였더니,“조리(笊籬)”라 하였고 “무루(無漏)가
무엇입니까?”물었더니,“나무 국자”라고 하였으며,삼각(三角)스
님에게 “3보란 무엇입니까?”하고 묻자 “쌀,조,콩”이라고 대답하
였다.
이 모두는 지난날 본분종사(本分宗師)가 실제의 경지를 몸소
밟아 보고 본분자리에서 자비를 베푼 말씀이다.그런데 그 스님들
의 이런 말들만 뒤쫓는다면 은혜를 저버리는 짓이 될 터이고 그
렇다고 그 스님들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깨달을 수 있
겠는가!금강정안(金剛正眼)을 갖추지 못하고서는 바로 귀결점을
알 수 없으리라.
이 선문(禪門)에서는 홀연히 벗어나 깨쳐야지,애초부터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해주어서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캄캄한 봉사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이근종성(利根種性)맹팔랑(孟八郞)*이 하루아침
5)
*맹팔랑(孟八郞):맹(孟)씨네의 여덟째 아들이란 말로 도리를 모르고 행동하는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