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P. 22
22
리하여 세상사를 모두 잊고 티끌세계를 영원히 떠났었다.요즈음
시대엔 감히 그와 같기를 바라지 못한다 해도 명예와 자취를 버
리고 본분을 지켜 오로지 도에 순숙한 노납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몸소 깨달은 바를 자기 역량에 따라 쓰면서 지난 업
을 소멸하고 오래도록 익혀 온 습성을 녹여야 한다.이렇게 하고
도 남은 힘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교화하여 반야의 인연을 맺어
주고 자기 근본이 익어지도록 연마해야 한다.비유하면 거친 풀숲
을 헤치고 온개도인,반개도인[一個半個]*을 얻은 것과 같은 것이
4 )
니,그리하여 불법이 있음[有]을 같이 알고 생사를 함께 벗어나야
한다.미래세가 다하도록 이렇게 하여 부처님과 조사의 깊은 은혜
에 보답해야만 한다.
설사 인연이 무르익어 부득이 세속에 나와 인연 따라 사람과
하늘 중생들을 제도하더라도 결코 무엇이라도 구하는 마음을 가
져서는 안 된다.그런데 하물며 부귀하고 세력 있는 이들과 결탁
하여 세속에 물들고 아부하는 그런 스님들의 행동거지를 본받아
범부와 성인을 속이는 짓을 하랴.나아가 구차하게 잇속과 명예만
을 탐내어 무간업을 지어서야 되겠는가!설사 깨달을 계기는 없다
해도 이처럼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업을 지어 과보를 받는 일은
없으리니,참으로 번뇌의 세계를 벗어난 아라한(阿羅漢)이라 할 수
있다.
한 스님이 천황(天皇道悟)스님에게 묻기를,“무엇이 계(戒)․정
*전진왕이 구마라즙을 얻으려고 정복전쟁을 일으켰을 때 몸이 성한 구마라즙과 불
구인 한 스님을 얻었는데 여기서 일개(一個)도인 반개(半個)도인을 얻었다는 말이
생겼다.최소한 한두 사람의 뜻으로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