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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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고 머뭇거림을 용납하지 않습니다.나아가서는 염화미소와 바늘
을 던지고 불자를 들었던 것과 지팡이를 꽂고 선판(禪板)궤안(机
案)을 거절했던 일과 눈을 깜짝이고 눈썹을 드날렸던 일 등은 모
두가 형식적인 도리와 말을 빌린 주장을,별안간 지나치는 전광석
화와도 같이 신속히 벗어난 것이었습니다.천변만화를 하면서도
전혀 기댐이 없이 철두철미하게 속박의 그물과 굴레를 끊어 버립
니다.
그러나 준수한 부류만 허용할 뿐 어리석은 놈은 얘기할 것도
못 됩니다.바로 살인을 하고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 기개를 갖추
기를 요하는 것이니,하나를 깨치면 모두를 깨치고 하나를 밝히면
일체를 밝힌 다음에 훤출하게 통달하여 생사문제를 투철히 해결
하여 범부를 뛰어넘어 성인의 경지에 들어갑니다.높고도 원대한
식견을 쌓고 평소에는 칼끝을 노출하지 않다가 무심하게 돌출했
다 하면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그것은 대개가 뿌리가 깊숙하고 줄기가 견고하여 위음왕불 이
전 공겁(空劫)의 저쪽을 간파한 나머지 바로 지금의 일상생활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인 것입니다.이미 이렇게 해 나갈 만한 힘이
있고 나면,무거운 짐을 지고 멀리 가되 완전한 자재로움을 얻습
니다.삼대아승지겁을 줄여서 일념(一念)으로 삼고 7일을 늘려서
일겁(一劫)을 만드는 것 따위도 오히려 별것 아니거늘,더구나 삼
천대천세계를 시방 밖으로 내던지고 수미산을 겨자씨 속으로 집
어넣는 것쯤이야 집안에서 일상 차 마시고 밥 먹는 정도일 뿐입
니다.
옛날에 배상국(裴相國)이 황벽(黃檗)스님에게서 종지를 얻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