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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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들이 무슨 먼 데 있는 것이겠습니까.다만 정식에 휘둘리지 않
            아 색(色)을 덮고 소리를 누르며 고금을 초월하여,모든 사물 위에

            서 통쾌하게 칼날을 휘두른 것입니다.그래서 향상의 한 구멍을
            열기만 하면 모든 성인이 나란히 아래에 선다고 하였던 것입니다.
               조과(鳥窠)스님은 실오라기를 입으로 불었고,구지(俱胝)스님은

            한 손가락만 보였으며,조주스님은 세 차례나 “차나 마시게”라고
            했고,화산(禾山)스님은 네 번이나 “북 칠 줄 아는군”하였으며,
            운문스님은 “수미산”이라 하였고,동산스님은 “삼 서 근[麻三斤]이

            다”하였습니다.이는 병․소반․비녀․팔찌를 녹여서 하나의 금
            덩이로 만들고 소락제호(酥酪醍醐)를 휘저어 한 맛으로 만든 것으
            로서,매우 미묘한 위없는 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엄양존자가 조주스님에게 물었습니다.
               “한 물건도 가져오질 않았을 땐 어찌합니까?”

               “ 놓아버리게.”
               “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저더러 무엇을 놓아버리라 하십
            니까?”

               “ 보아 하니,놓아버리지 않았군.”
               그는 즉시 크게 깨달았습니다.이 어찌 신령하고 날카로운 이

            해로 말끝에 돌이켜 반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단도직입으로 투
            철히 깨달아 마음을 잊고 생각을 끊은 완전한 해탈의 근원으로서,
            본지풍광을 밟아 본래면목에 계합했던 것이었습니다.이 한 구절

            로써 증득하기만 하면 천 구절 만 구절,6근과 6진이 모두 함께
            사라져서 심종(心宗)에 묵묵히 계합하는데,결코 다른 것이 아닙니
            다.그런 뒤로는 독사와 사나운 호랑이를 항복받고 불가사의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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