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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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25


            업식종자(業識種子)를 물리치고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이해하
            지 못하는 곳에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손 가는 대로 집어

            내 보이면,있음[有]을 모르는 자는 마치 오리가 우렛소리를 듣듯
            눈만 끔벅일 뿐입니다.
               그런 뒤로는 문빗장에서 문득 천군만중(千群萬衆)을 거느립니

            다.진실로 그것을 갖추기만 하면 종종 큰 도를 갖춘 종사들이 번
            번이 모두 이렇습니다.고귀한 세도에 처하여 재상과 대신을 지낸
            경우에 이르러서는,배상국(裴相國)․진조상서(陳操尙書)․백낙천

            (白樂天)․왕상시(王常侍)와 본조(本朝:宋代)문공 양대년(文公楊
            大年)․부마 이도위(駙馬李都尉)같은 이는 주위사람을 놀라게 하
            고 성인에 필적하였으니,믿음이 사무치고 견해가 투철하여 다함

            없는 복을 누렸습니다.모두가 특출한 지모와 빼어난 견해를 타고
            나서,세간에 물들지 않고 출세간의 길목을 장악코자 하였기 때문

            에 이와 같았던 것입니다.
               이 산승은 천성적으로 모자라고 우매하나 우연히 분별하여 선
            철(先哲)의 조예를 부여잡아 오르려 하고 있습니다.비록 다른 사

            람을 능가하는 재주는 없으나 다만 오래도록 절개를 지킬 따름입
            니다.믿음이 미약한 탓으로 잘 가르쳐 내보이지 못하면서,사람

            을 위한답시고 40여 년이 흘러가 버렸습니다.매번 걸출한 영재를
            만날 때마다 언제든지 속에 있는 것을 다 끄집어내어 늘어놓았습
            니다.마음이 향하는 바대로 기연(機緣)에 내맡겨 오로지 그런 가

            운데 한 구절,한마디 말을 퉁겨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성인들의
            정수리 위에서 대자재 해탈의 역량과 작용을 밝혀 얻는 데 전력
            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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