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0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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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에서 밥을 먹고는
-빨리 토해 버려라.
자기의 잠자리에서 자는구나.
-결코 뿌리를 내리지 마라.
구름이 날아올라 비를 이루고
-봄에 나서 여름에 자란다.
이슬이 맺혀 서리가 된다.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는 갈무리한다.
옥 같은 실,때를 만나 바늘귀를 통과했고
-꾸준히 이어져서 틈이 없다.
비단실 끊임없이 북 속[梭腹]에서 흘러나온다.
-엎치락뒤치락해도 똑같이 나온다.
석녀(石女)의 베틀이 멈춤이여,밤 기운이 한낮이요,
-무늬를 가로 세로로 낸 것은 뜻이 남과 다르다.
목인(木人)이 길을 바꿈이여,달그림자가 중천으로 옮기도다.
-견해와 행이 신훈의 길에 저촉되지 않는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가로와 세로에서 묘함을 얻고 왼쪽과 오른쪽에서 근원을 만
나는 사람이라 하노라. 장자(莊子) 에 이르되 “둥글다는 것은
규(規)에 맞는다는 뜻이요,모나다는 것은 구(矩)에 맞는다는 뜻
이다”하였다.
공자가 안연(顔淵)에게 이르되 “쓰이면 도를 행하고 버려지
면 도를 감추나니,오직 나와 그대만이 이런 도리를 가지고 있
다”하였다.만일 그렇지 않다면 기둥에 아교칠을 하여 거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