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8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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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앉지 않는 본보기다.
승이 다시 묻되 “머리는 있고 꼬리는 없을 때가 어떠합니
까?”하니,구봉이 이르되 “끝내 귀하게 되지 못하느니라”하였
으니 눈을 뜨면 새벽을 느낀다는 것이다.승이 다시 묻되 “꼬
리는 있고 머리는 없을 때가 어떠합니까?”하자,구봉이 이르
되 “배는 부르나 힘이 없느니라”하였으니,직위에서 물러나서
야 한가할 줄 안다는 것이다.승이 다시 묻되 “머리와 꼬리가
서로 맞을 때엔 어떠합니까?”하니,구봉이 대답하되 “어린애
들이 힘을 얻으니,배가 부르면 힘이 생기는 것인데 집안 식구
들은 그의 소중함을 끝내 알지 못하느니라”하였다.
종경록(宗鏡錄)에 이르되 “나의 종(宗)에 들어온 이는 먼저
안 연후에 보임(保任)을 해야 한다”하였고,또 이르되 “머리와
꼬리가 서로 맞아야 한다.이치와 행에서 하나가 빠지거나 마
음과 입이 서로 어기게 해서는 안 되나니 만일 종경의 문중에
들어오면 이치와 행이 모두 원만해진다”하였다.석상(石霜)은
구봉의 스승인데,어느 날 대중에게 보이되 “처음 근기가 아직
큰일을 잡아들이지 못했거든 먼저 머리를 알아내면 꼬리는 스
스로 온다”하였다.소산(疎山)이 나서서 묻되 “어떤 것이 머리
입니까?”하매,석상이 대답하되 “모름지기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하였다.소산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꼬리입니까?”하
니,석상이 대답하되 “신훈(新薰:今時)이 다한 것이니라”하였
다.소산이 다시 묻되 “머리는 있고 꼬리는 없을 때가 어떠합
니까?”하니 석상이 대답하되 “황금을 토해낸들 무엇에 쓰겠는
가?”하였다.소산이 다시 묻되 “꼬리는 있고 머리는 없을 때가
어떠합니까?”하니,석상이 대답하되 “아직도 의지한 티가 있
느니라”하였다.소산이 다시 묻되 “머리와 꼬리가 곧장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