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6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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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구멍에 사는 짐승은 둥지에 깃들이지 않는다.
승이 다시 묻되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을 때엔 어떠합니까?”
하니,
-먼저 갔으나 이르지 못하고…….
구봉이 이르되 “끝내 귀하게 되지 못하느니라”하였다.
-남종이 여종을 보자 정성스러워지느니라.
승이 다시 묻되 “꼬리만 있고 머리가 없을 때엔 어떠합니까?”
하니,
-뒤쳐짐이 너무 지나쳤다.
구봉이 대답하되 “배는 부르나 힘이 없느니라”하였다.
-무엇에 쓰려는고?
승이 다시 묻되 “바로 머리와 꼬리가 서로 합할 때엔 어떠합니
까?”하니,
-임금과 신하의 도리가 적합했고,위와 아래가 똑같게 화합했느니라.
구봉이 이르되 “아기들의 힘이 느는 것을 집안 식구들은 모르
느니라”하였다.
-제각기 자기 분수에 안정해 있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균주(筠州)구봉 도건(九峰道虔)선사는 복주(福州)의 관회(官
懷)사람으로 성은 유(劉)씨였다.비록 여러 법석(法席)을 두루
참방했으나 끝내는 석상(石霜)에게 인가를 받았다.처음 구봉에
머무르니 현도(玄徒)가 더욱 성대하더니 나중에 홍주(洪州)늑
담(泐潭)에서 마치매 대각(大覺)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