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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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말이나 문장에 얽매인다면 부처의 종족을 말살하는 짓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나 보조는 다행히도 원오스님을 곁에서 모시어 이제껏 듣지 못했던
것을 들을 수 있었다.도반들이 스님의 말씀을 모아서 책을 엮고 못난
내가 그 내력을 적는다.
때는 건염(建炎)무신(戊申,1128년)늦은 봄 그믐날,
제자 보조(普照)는 삼가 서를 쓰다.
만리방회의 서
사십이장경 이 중국에 들어오고 나서 비로소 부처가 있는 줄 알게
되었고,달마스님에서 육조스님에 이르기까지 서로 의발을 전하자 비로
소 (선에 대한)말씀이 있었다.“본래 한 물건도 없다”고 말하는 이들을
남종이라 하고,“항상 열심히 털고 닦는다”고 하는 이들을 북종이라 한
다.그리하여 마침내 선종의 송고가 세상에 퍼지게 되었다.이네들은 판
결을 뒤집는 수단이 있어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하는 등 하지 못하는
바가 없다.그 사이에 간혹 우리를 꾸짖는 이 중에 활법(活法)을 갖춘 자
가 있었다.그렇기는 하지만 이른바 궁극의 진리[第一義]를 어찌 말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