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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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19
한 방울의 물을 가지고 바다인 줄 알고,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달로
착각한다면,이는 대혜스님이 걱정하는 바일 뿐만 아니라 원오스님도 이
런 집착을 풀려고 할 것이다.옛사람이 (장명원의)초상화에 제(題)한 시
에,“분명하구려,종이 위에 그려진 장명원이여!온힘을 다해 큰 소리로
불러 봐도 대답이 없네”라고 씌어 있다.이 글을 보려거든 먼저 이 말을
살펴보도록 하라.
대덕(大德)갑신(甲辰,1304년)4월 보름,
삼교노인(三敎老人)이 쓰다.
주치의 서
벽암집 은 원오스님이 쓰신 것이다.그런데 그의 훌륭한 제자 대혜
선사가 이 책을 불살라 버렸다.세간의 갖가지 말씀이란 모든 집착을 제
일 경계한다.불제자들은 부처님을 최고로 받들고 귀의하지만 때로는 부
처님을 꾸짖기도 한다.이것은 모두 자기 자신에 철저하고 남에게 의지
하지 않고,자기 스스로 깨치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남이 깨우쳐 주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자기 자신을 버리고 남의 말을 쫓다 보면 자기
자신마저도 잃어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