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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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저 마음과 도는 하나이고 도와 만물은 하나여서 온 세계에 충만하

            니,어찌 도 아닌 것이 있으리오.다만 예사 사람들은 제 수준으로 보이
            는 것만을 볼 뿐,자기 수준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보지 못한다.이것을
            남을 의지해서 알려 하면 남이 말해 주더라도,소동파의 글에 나오는 시
            각 장애자에게 해의 모양을 설명하는 비유처럼,이리저리 추측하면 할수
            록 점점 다른 방향으로 가고 만다.
               저 우리 공자님께서도 도를 체득하신 후 오히려 말을 하지 않으려 하
            셨다.그런데 하물며 부처님께서 출세간법을 말씀하셨으니,언어나 문자
            로써 그것을 알 수 있겠는가?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그 언어문자를 아주
            없앨 수는 없다.(왜냐하면)지혜로운 이는 적고 우매한 이가 많고,깨달
            은 이는 적고 앞으로 깨달아야 할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대장경 5천여
            권이 모두 후세 사람들을 위해서 하신 말씀이다.참으로 말을 잊으려 한

            다면 부처님도 입을 다물어야 할 것인데,어찌 이렇게 주절주절 말씀할
            게 있으리오.
               세상의 이치란 우리 주변 속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뛰어넘는 곳에 있
            다.비록 알기 쉽다고는 하나 실은 쉽게 안 사람은 아직 없다.그러므로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으면 평생 알 수 없다.옛날에 세상에 이름을
            날렸던 사람은 천 명 중에 하나 나오는 영웅이 아니라 만 명 중에 하나
            나오는 인물이다.태아의 검을 세상 사람들은 모두 훌륭한 칼이라고 한
            다.이것을 메고 산에 가면 범과 이리를 죽이고 물에 들어가서는 사나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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