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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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 성스럽다 할 것도 없습니다.”
-꽤 기특한 줄 알았더니만,화살이 저 멀리 신라 땅으로 날아가 버렸
구나.매우 명백하다.
“나와 마주한 그대는 누구십니까?”
-얼굴에 가득한 부끄러움을 가누며 애써 정신을 차렸구나.과연 찾질
못하는구나.
“모르겠습니다.”
-쯧쯧!거듭해 봤자 반푼 값어치도 되질 않는구나.
무제가 이를 깨닫지 못했다.
-애석하다.아직 멀었군.
달마스님은 마침내 양자강을 건너 위(魏)나라에 이르렀다.
-이 불여우야,한바탕 부끄러움을 면치 못했구나.이리 갔다 저리 갔
다 하는군.
무제는 그 후 이것을 지공(誌*公)에게 물으니
1 )
-가난한 사람이 해묵은 빚을 근심하는구나.제삼자가 보면 빤히 보이
지.
지공스님이 말하였다.
“폐하!이 사람을 아십니까?”
-지공스님까지도 함께 나라 밖으로 내쫓아야 옳았을걸.좋게 30방망
이는 쳐야겠다.달마가 왔구나.
“모르겠습니다.”
-도리어 무제가 달마의 공안을 들었구나.
“이는 관음대사이시며 부처님의 심인(心印)을 전하는 분이십니
다.”
-멋대로 설명하네.팔이란 바깥으로 굽지 않는 법.
*삼성본에는 ‘誌’가 ‘志’로 표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