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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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위나라 효명제(孝明帝)라는 임금이 있었는데,그는 북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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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을 바꾸었다.달마스님이 그 나라에 도착하자,(임금은 칙명
                 을 내려 만나고자 했으나)나아가지 않았다.(달마스님은)곧장
                 소림사를 찾아 9년 간 면벽(面壁)하다가 이조(二祖)스님을 지도
                 했다.그 지방 사람들은 그를 벽관바라문(壁觀婆羅門)이라 불렀

                 다.
                   양무제가 뒤에 지공스님에게 묻자,지공스님은 “폐하!이 사
                 람을 아십니까?”하니,무제는 “모른다”고 하였다.말해 보라.
                 이는 달마스님이 말했던 “모른다”는 말과 같은가,다른가?비슷
                 하지만 같지는 않다.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서 “앞서 달마스
                 님이 (모른다고 한 것은)선(禪)으로 대답한 것이고,뒤에서 무
                 제가 지공스님에게 대답한 것은,즉 ‘서로 아는 사이인가?’라는
                 말의 그 ‘아느냐’에 답한 것이다”라고 한다.하지만 좋아하시네,

                 전혀 관련이 없다.
                   당시에 지공스님이 이렇게 물었더라면,말해 보라,어떻게 말
                 했어야 하는가?왜 한 방망이로 후려갈겨서 얼버무리지 못하도
                 록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무제가 자백하여 “모르겠습니다”하
                 니,지공스님은 이런 기미(機微)를 보고서 곧바로 이는 “관음대
                 사이시며 부처님의 심인을 전하는 어른이십니다”하였다.이에
                 무제는 후회하고 마침내 사신을 보내어 모셔 오도록 하였으니,

                 매우 멍청한 사람이다.그 당시 그가 “관음대사이시며 부처님의
                 심인을 전하는 어른이십니다”는 말을 할 때 그 놈을 나라 밖으
                 로 내쫓아 버렸더라면 그래도 조금은 좋았을 터인데…….
                   사람들의 전하는 말로는 “지공스님은 천감(天監)*13년(514)
                                                               2)

            *삼성본에는 ‘監’이 ‘鑑’으로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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