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30
30
로,사람들은 그를 불심 있는 임금[佛心天子]이라고 불렀다.
달마스님이 처음 무제를 알현하자 무제가 물었다.
“짐은 사찰을 일으키고 스님들에게 도첩을 내렸는데,무슨
공덕이 있겠습니까?”
“ 공덕이 없습니다.”
바로 이는 더러운 물을 느닷없이 머리 위에 끼얹는 꼴이다.
여러분들이 만일 “공덕이 없다”는 말을 깨쳤다면 그대에게 달
마스님을 친견했노라고 인정해 주겠다.말해 보라.사찰을 일으
키고 스님들에게 도첩을 주었는데도 무엇 때문에 전혀 공덕이
없다고 했겠는가?이 의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제는 누약(婁約)법사․부대사(傅大士)․소명(昭明)태자와 함
께 진(眞)․속(俗)이제(二諦)를 의논하였다.교학의 말을 의거해
보면 진제(眞諦)란 있지 않음[非有]을 밝힌 것이고 속제(俗諦)는
없지 않음[非無]을 밝힌 것이니,진․속 이제가 둘이 아님이 근
본이 되는 성스런 진리라고 한다.이는 교학의 가장 궁극의 경
지이다.무제는 바로 이 궁극의 경지를 들추어 달마스님에게 물
었다.
“무엇이 가장 성스럽고 으뜸가는 진리입니까?”
이에 달마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텅 비어서 성스럽다 할 것도 없습니다.”천하의 납승들은
이 질문에 걸려들어 벗어나지 못하지만 달마스님은 그를 위해
서 단칼에 베어 주었는데도,요즈음 사람들은 이를 전혀 잘못
이해하고 도리어 분별망상으로 눈알을 부라리면서 “텅 비어서
성스럽다 할 것도 없다”고들 말하지만,좋아하시네,이와는 아
무런 관계가 없다.
나의 은사이신 오조(五祖:?~1104)스님께서 일찍이 말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