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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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돋친 호랑이가 울창한 풀 속에서 나왔네.
-참으로 여러 사람 놀라게 하는구나.대단히 기특하다.
십주(十洲)에 봄이 저무니 꽃잎이 시들한데
-곳곳마다 시원하다.아무리 찬탄해도 다 찬탄할 수 없다.
산호 가지마다 햇살이 빛나는구나.
-(햇살이)천겹 만겹이라.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을 어찌하랴.
대답이 하늘과 땅을 덮었구나.
평창
이 세 사람의 답변은 각각 다르지만 (위산스님은)천 길 벼랑
에 서 있는 듯도 하였고,(오봉스님은)조(照)․용(用)이 함께하
기도 하였으며,(운암스님은)결국 자신마저도 구제하지 못하였
다.
“스님께서 말씀해 보시오”라고 하였는데,설두스님은 이 한
구절 속에 기봉을 드러내어,다시 그 가운데 사뿐사뿐 내지르면
서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뿔 돋친 호랑이가 울
창한 풀 속에서 나왔다”는 것은 위산스님의 대답이 흡사 사나
운 호랑이의 머리 위에 뿔이 돋친 것과 같으니 어떻게 그 곁에
가까이 갈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다.듣지 못하였느냐.어떤 스
님이 나산(羅山)스님에게 물었던 것을.
“함께 살다가 함께 죽지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 소에게 뿔이 없는 것과 같다.”
“ 함께 살고 또한 함께 죽을 때는 어떠합니까?”
“ 호랑이가 뿔이 돋친 격이다.”
설두스님은 이 한 구절에서 송을 끝마친 것이다.그러나 그
에겐 몸을 비낄 수 있는 재주가 아직 남아 있어,다시 “십주에
봄이 저무니 꽃잎이 시들한데”라고 하였다.바다에는 삼신산(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