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0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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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이 할 말을 가로챘군.
               “나는 사양치 않고 그대에게 말해 주고 싶지만 훗날 나의 자손
            을 잃을까 염려스럽다.”
                -노파심이 간절하기도 하다.낯가죽이 두껍기가 세 치나 되겠다.이러
                 쿵저러쿵했구나.다 털려서 벌거숭이가 됐다.

               평창
                   위산․오봉․운암스님이 함께 백장스님을 모시고 서 있자,
                 백장스님이 위산스님에게 물었다.
                   “목구멍과 입을 닫아 버리고,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 스님께서 말씀해 보시지요.”

                   “ 나는 사양치 않고 그대에게 말해 주고 싶지만 훗날 나의 자
                 손을 잃을까 염려스럽다.”
                   백장스님이 이처럼 말하기는 하였지만 (매일 사용하던)밥그
                 릇을 남에게 빼앗겨 버린 격이다.
                   백장스님이 다시 오봉스님에게 묻자,오봉스님은 말하였다.
                   “화상께서도 (목구멍과 입을)닫아 버려야 합니다.”

                   “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마에 손을 얹고 멀리 있는 그대를 바
                 라보겠노라.”
                   또다시 운암스님에게 묻자,운암스님은 말하였다.
                   “스님은 할 수 있는지요?”
                   “ 나의 자손을 잃었구나.”
                   세 사람은 각기 일가(一家)를 이룬 자들이었다.옛 어른(운문
                 스님)의 말에 “평지에 죽은 사람이 무수하다.가시덤불을 지나
                 가는 자라야 좋은 솜씨이다”라고 하셨다.그러므로 종사(宗師)

                 들은 가시덤불로 사람을 시험하였던 것이다.왜냐하면 상정(常
                 情)의 언구(言句)로써는 사람을 시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납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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