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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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 『퇴옹학보』 제17집
의 「4. 『팔식규구』(육위심소, 삼량, 삼경)」에서 51심소법에 대해 아주 압축적
으로 법문한다. 특히 기존 논서를 인용할 때 골자만을 선택하여 기술하
거나 문장의 맥락을 수정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인용방식은 “학문
적 엄밀성이 부족하다는 학자들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인용문에 개입하여 자기화하는 일은 중국의 전통적 글쓰기나 선사들의
설법에 드물지 않게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선문에서 그것은
언어문자의 표현에 묶이지 않으면서 조사의 마음과 하나로 통하고 있음
3)
을 스스로 확인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라고 하였듯
이, 성철에게는 일상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상적 기반은 감산과 지
욱의 주석이었다. 특히 유식사상에 한정하여 말하자면, 성철은 감산의
주석을 토대로 자신의 논거를 전개한다. 세친[천친]이 5위100법에 대해
『대승백법명문론』을 지었는데, 이에 대해 감산이 『대승백법명문론논의』
(이하 『백법논의』)이라는 주석서를 남겼다. 성철은 감산의 『백법논의』를 바
탕으로 51심소법만 발취하여 법문한다. 감산은 화엄종을 배운 화엄학
자이지만 오대산 중의 하나인 북대(北臺)인 감산에서 선법을 닦아 교[화
엄]와 선의 융합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성철은 “감산스님은 선교[선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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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에 해통한 명말(明末)의 거장이다.” 고 하면서 “위산스님·감산스님 같
은 분들은 만고의 표본이 될 대선지식들이다. 이런 분들의 간절한 경책
의 말씀을 귀감으로 삼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의 말을 따르겠다는 것
3) 강경구(2015), 379.
성철의 인용방식에 관해 참조할 논문으로, ‘최원섭(2020), 퇴옹성철의 불서인용과 유필,
『불교학보』 90집,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이 있다.
4) 성철(2006),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