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퇴옹학보 제17집
P. 158

158 • 『퇴옹학보』 제17집




            작용, 승해는 뛰어난 지해이고 대상을 알게 하는 마음작용, 념이란 분

            명한 기억, 정이란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오로지 집중하는 것, 혜란
            아주 교묘한 지혜라고 정의한다. 이처럼 성철은 감산의 주석을 토대로

            심소법에 대해 아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법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성철은 무엇 때문에 감산의 주석을 토대로 자신의 입장을 내세
            웠을까?

               첫째, 각주에서도 밝혔지만, 감산은 ‘화엄[교]과 선의 융합’에 노력했
            다. 그래서 성철이 지향하고자 했던 목적과도 일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성철이 『백일법문』에서 중도로 불교 전체를 설명하고 있는데, 그

            밑바탕에는 화엄의 중도로 포섭하고 있기 때문에 사상적으로도 일치하
            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또 다른 이유로는 감산이 참선 수행자를 위해 유식논서(『팔식규
            구통설』·『백법논의』)에 대한 주석서를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감산이 유식

            논서를 주석한 의도를 밝힌 부분을 인용해보면,



                 “ 참선 수행자[參禪之士]라도 만약 이것[유식]에 밝지 못하면, 자신의
                  마음(自心)이 생기거나 사라지는 숫자[頭數]를 알지 못할 것이다. 이

                  른바 <이것[유식]이> 불법(佛法)의 정수[精髓, 사물을 이해하는 골자 또는
                  핵심]이다...... 참선 수행자[參禪之士]가 교의를 널리[廣涉] 모르더라
                  도[不假] 이것[팔식규구통설]으로 마음을 인증하여 오입[깨달음으로 들
                  어가다]하는 것의 깊이와 얕음을 증명하고, 일상[日用]에서 견문각
   153   154   155   156   157   158   159   160   161   162   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