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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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에 나타난 퇴옹 성철의 유식사상 • 153
의한다. 또한 『성유식론』에서도 정(定)을 전주불산심소(專注不散心所), 즉
관찰된 대상에 대해 오로지 기울여서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본질이
다.(於所觀境令心專注不散爲性)라고 주석한다. 그러므로 심일경성(心一境性,
마음이 하나의 대상에 머문 상태)과 전주불산심소(專注不散, 마음이 오로지 기울
여서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는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산란하지 하지 않는 것[不散]이 바로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것[心一境]
이기 때문이다. 위의 주석을 종합해보면 ‘정’이란 ‘마음[心]이 오로지[專]
하나[一]의 대상[境]에 집중하여[注] 흩어지지 않게 하는[不散] 심소’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편 감산은 “정이란 <마음을> 오로지 한 곳[專一]에 <집중한다는 의미
이다.> 이른바 관찰된 대상[所觀境]에 대해 일심으로 오로지 머무는 것[
집중]이다.[專注一心]” 140) 라고 주석한다. 즉 감산은 ‘오로지 하나[專一]’라고
주석하고서, 다시 풀어서 ‘관찰된 대상에 대해 오로지 한 마음으로 머
문다[집중하다]’라고 ‘정’을 정의한다.
이 주석을 이어받아 성철은 ‘정’ 심소를 ‘전일한 것(專一)’이라는 감산의
주석 구절만을 인용하여 정의한다. 즉 성철도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오로지 집중하는 것’ 141) 을 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정(定)도 선과 악에 대해 마음을 집중하기 때문에, 선악 양쪽에 작용
한다. 왜냐하면 선(善)한 대상에 집중하는 깊은 삼매[정]에 들 수도 있지
만, 도둑이 주인이 깨지 않게 발소리을 내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것도 정
140) 백법논의』(X48, 309c1), “定. 專一. 謂於所觀境. 專注一心也.”
『
141) 퇴옹성철(2014), 중권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