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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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의 중도사상과 퇴옹성철의 이해  • 71




               게 하면 한국불교는 이러한 정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대승불

               교의 가르침을 역사적인 샤까무니 붓다의 가르침으로 볼 수는 없는 것
               일까? 근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사인 퇴옹성철은 이 부분에 대해

               서 심각하게 고민했고 독자적으로 그 해결책을 모색했던 몇 안 되는 선

               구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특히 퇴옹성철이 불립문자(不立文字)와 교외별
                                                                           2)
               전(敎外別傳)을 종지로 하는 한국 선불교를 대표하는 선사라는 측면에서
               그의 문제의식과 해결방법은 어떻게 보면 근대 한국불교의 특성과 고
               민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퇴옹성철은 1967년 해인사의 방장으로 취임하면서 하안거와 동안거

               기간에 거의 매일 아침 2~3시간씩 4부대중들을 대상으로 법문을 했었
               다. 이 법문은 횟수로 따졌을 때 거의 100일 정도 되었고 법문 노트와

               녹음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이 노트와 녹음을 바탕으로 퇴옹성철의 해
                                                                3)
               인사 법문이 1992년 백일법문이란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백일법문에
               서 퇴옹성철은 중도(中道, majjhimapaṭipadā)를 불교의 핵심적인 가르침

               으로 판단하고 초기불교 이래 불교의 다양한 교리 발달사를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이들 모두가 중도(中道)를 중심으로 철학적 교리적으로 조직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퇴옹성철은 대승불교의




               2)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 UCLA의 Robert Buswell은 퇴옹성철의 백일법문을 영역할 때
                 “A Zen Master looks at Buddhist Doctirnal History”란 부제가 붙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3)  이 논문에서는 백일법문의 개정정보판(퇴옹성철 2014)을 사용한다. 이 책의 영역본은 필
                 자의 번역과 Linda Covill의 editing을 통해 2010년 Sermon of One Hundred Days란
                 제목으로  Oxford  Centre  for  Buddhist  Studies의  Monographes  시리즈를  통해
                 Equinox Publishing에서 출판되었다(Seongchul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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