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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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11





               3줄기에 해당하므로 3대 종지이다.

                 그 중 돈오원각론은 제1장 견성즉불, 실참실오론은 제2장 중생불성,
               구경무심론은 제3장 번뇌망상의 중심 주제로 순차적으로 제시되어 있

               으며, 그 외 나머지 장들에서는 수행과 깨달음을 표현하는 전형적 용어

               를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이 3대 종지를 변주하고 있다. 여기에 재해석
               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돈오원각론, 실참실오론, 구경무심론

               의 원칙에 기초하여 기존의 의미 중에서 어떤 것은 취하고 어떤 것은 버

               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문정로』는 그 설법이 부정과 비판과 배격의 언어로 진행되다 보니

               이에 대한 논의 역시 옳고 그름을 가리는 논쟁의 방식으로 전개된 감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보조스님을 겨냥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렇지 수행자

               의 입장에서 보면 그 강력한 부정과 비판과 배격은 예외없이 수행자의

               내면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는 장애를 향한 것이 된다. 『선문정로』
               에 정통성의 측면에서 시비를 가려보자는 의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진정한 핵심은 선수행의 실천을 인도하는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지향
               하는 데 있다고 이해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옳음과 그름을 가리는 논의의 틀에서 벗어나 이에 대한 적

               극적 이해와 실천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박성배는 ‘보조를 바로 보
               려면 먼저 보조가 되어야 한다’는 접근방법을 체적(體的) 접근이라 부르

               고, 이에 상대하여 다양한 해석학적 차원의 접근방법을 용적(用的) 접근

               이라 부르면서 이것이 현대인이 지향하는 길이라 보았다. 체적 접근은
               직접 보조스님이 되고 성철스님이 되어야 비로소 그 알아보기가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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