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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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15





                 과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불교가 거의 유일한 종교였다. 조선조

               에 들어 배불정책이 시행되기는 하였지만 유일한 종교로서의 위치를 위
               협받을 일은 없었다. 그런데 유일신과 예수의 신성성을 표방하는 기독

                        7)
               교의 확산 으로 이러한 종교지형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 불교는 그 종
               교적 실천 및 담론체계에 대해 자기 성찰을 행할 필요가 있었다. 한용운
               스님이 주장했던 미신적, 기복적 경향의 타파도 그것에 속하고, 성철스

               님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이에 속한다. 다원화된 종교지형에

               서는 무엇보다도 살불살조의 전통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부처를 부
               정하는 선종의 방만한 진리 담론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이것은

               불교의 종교성에 회의적 논의가 일어나는 지점이 되곤 하였다.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라는 일각의 논의가 그 대표적인 경우에 속한다.

                 한국의 선수행 풍토에 대한 반성적 성찰은 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성

               철스님이 보기에 한국의 선문에서 전통적 돈오선의 완전한 실현의 예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이유로 유심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눈뜸을 돈오

               적 깨달음으로 인정하고, 돈오 이후의 점차적 수행을 설정하는 돈오점
               수론에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이러한 차원에서 조사선을 여래선의 위에

               두고자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있었다. 우리나라에 널리 퍼졌던 진귀조사




               7)  성철스님은 자신의 종교적 실천과 관련하여 분명히 기독교를 의식하고 있었다. 예컨대 기
                 독교에 대비되는 불교의 특장점을 강조하는 다음과 같은 언급을 들 수 있다. “요즘 하나님
                 믿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은 죄 많고 가련한 우리 중생들과는 달리 모든 것을 초월해 저 멀
                 리 계시는 분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허나 우리 불교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
                 의 지고지순한 가치를 바로 이 죄인이 전혀 부족함 없이 완전히 구비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개개인 속에 다 하나님이 있어 하나님 아닌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불교의 주장이다. 이
                 는 다른 종교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불교의 우수성이다.” 퇴옹성철(2015), 53-5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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