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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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퇴옹학보』 제18집
마음이 곧 부처라는 것은 긍정적 설파이다. 그 일을 직접 드러내어
보여줌으로써 직접 자기 마음을 증득하도록 하고 분명하고 밝게
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는 것은 부
정적 표현이다. 잘못이 일어나지 않도록 오류를 차단하는 것이다.
의혹을 제거하고 집착을 타파하여 생각과 견해에 의지하여 통달했
다고 자처하거나 의식과 이해에 의해 깨달음을 자처하는 일이 일어
날 여지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마음과 부처라고 하는 깨달을 무엇
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
한 것이다. 이것은 주체를 설정하는 마음을 떨어내고 돈교의 민절
무기(泯絶無寄)의 길을 설정하여 언어의 길을 끊고 마음이 갈 곳을
소멸시킨다. 이 또한 그에 상응하는 근기를 위한 길이 된다. 6)
성철스님이 문맥적 어긋남을 감수하면서 깨달음을 향해 새롭게 초점
조절을 하고자 한 것은 스스로에게 부과한 숙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것은 한국선의 현실에 대한 반성과 한국불교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모
색의 일환이었다. 이를 통해 찾아낸 답안의 핵심이 곧 돈오원각론이다.
이것은 선종의 돈오견성과 부처의 원각이 동일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성
철선의 제1종지에 해당한다.
왜 돈오원각론을 강조해야 했을까? 그 이유로 한국의 선수행 풍토에
대한 성찰과 급격한 변화상을 보이던 종교지형에 대한 고려를 들 수 있다.
6) 『宗鏡錄』(T48, 0560a), “卽心卽佛, 是其表詮, 直表示其事, 令親證自心, 了了見性. 若非心非
佛, 是其遮詮, 卽護過遮非, 去疑破執, 奪下情見依通, 意解妄認之者. 以心佛俱不可得故, 是以
云非心非佛. 此乃拂下能心, 權立頓敎泯絶無寄之門, 言語道斷, 心行處滅, 故亦是一機入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