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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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퇴옹학보』 제18집




            설도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이에 선종의 우수성을 그대로 계승하되 불교사적으로 그것이 부처님
            에게서 내려오는 불교의 정통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불교가 석가모

            니 부처님의 깨달음을 거듭 재현하는 실천의 현장이라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은 선종 내적으로 보면 의심할 여지
            가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돈오점수론의 경향을 차단하고 선문의 돈

            오가 부처의 깨달음과 동일한 것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돈오

            로서의 견성을 표방하는 선종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돈오견성이 곧 부
            처의 구경원각과 동일한 것임을 강조하는 논의들을 수집한다. 그 수집

            된 자료의 총정리와 통일적 해석의 결과가 바로 『선문정로』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선사였던 성철스님이 왜 『백일법문』과 같은 불교

            학 개론을 내놓았던 것일까? 또 왜 부처님처럼 살기를 표방했던 것일

            까? 그것은 전통을 계승하면서 시대적 숙제에 대응하는 불교의 기본적
            답안이 부처에게서 시작하여 부처에게 돌아가는 것이라야 했기 때문이

            다. 이렇게 하여 선종의 견성과 부처님의 깨달음을 동일한 것으로 강조
            하는 돈오원각론이 성철선의 제1종지가 되는 것이다.

               돈오원각론의 주제를 담고 있는 「견성즉불」을 『선문정로』의 제1장에

            배치한 것은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제1종지에 해당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이를 표종장으로 하여 피력된 돈오원각론은 모든 장에 바

            탕으로 깔려 있지만 특히 「무상정각」, 「무생법인」, 「보임무심」, 「정안종

            사」, 「분파분증」 등의 장에서 강조점을 바꿔가며 거듭 논의된다. 이를
            통해 『선문정로』에서 주장하는 수행과 깨달음의 제1종지가 돈오원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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