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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僧肇와 性徹의 中道사상 비교 • 121
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성철은 인식 측면을 문제시하고 실천을 특히
중시한다는 점에서 인도불교 용수의 경향성과는 멀리 있다. 그렇다면
승조가 용수의 사상을 중국에서 그대로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
다고 할 때, 이는 어느 정도 구현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그 구현이
바람직한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반면에 眞俗의 구분 없는 중도의 생활에 대해 말하자면, 승조의 경우
당시 현실에서 『유마경』을 모범으로 삼아 이 사상에 맞추어 실제의 삶
을 살아갔다는 점에서 중도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성철은 그 실
제 생활이 무엇보다 출세간에 치우쳐 있다는 점에서 승조와 다르다. 그
러나 산속에 철저하게 은둔하였으나 그의 삶과 가르침이 현실을 견인하
며 치열하게 참여하는 역설적 현실 참여를 생각하면 그의 출세간적 경
향의 생활과 별개로 결과론적으로 중도의 실천을 구현했다고도 할 것
이다.
그런데 중도 구현이라는 목표설정과 별개로 실체 중시의 사고에 대해
가치의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이는 불교의 중도 개념을 처음 인도
에서 출현한 그대로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어떤 사상이
그가 속한 시대와 사회의 정신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하여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중국에서 도생 이후 지속된 실체성 중심의 중국화
한 불교가 인도불교의 中道觀을 그대로 체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
체=오류’ 203) 라고 할 수 있을까? 중국 불교는 중국 고유의 정서나 상황을
203) 앞의 18쪽의 주석 165)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