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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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 『퇴옹학보』 제18집




            중도를 이탈하게 한다. 게다가 이 실천과정에서 깨달음을 위한 여러 자

            세하고도 구체적이며 엄격한 규칙들의 체계화가 야기하는 한쪽만으로
            의 선명성이나 그가 직접 보여준 출세간 위주의 생활은 세간과 출세간

            을 넘나드는 중도적 관점에서 벗어나 있다. 이 점에서 간화선 지상주의

            적 결과를 낳았다       196) 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돈오사상은 次第적 漸
            門인 인도불교의 전통에 대해 불연속 관계               197) 라고도 여겨진다. 즉 돈오

            만의 강조는 중도적 관점에서 어떤 특정의 것에 대한 편향을 거부하며,

            듣는 사람의 처한 상황이나 이해 정도, 수행정도나 기질, 성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198)  붓다와 다른 측면이라는 것이다.

               물론 성철은 선과 수행을 강조하면서도 백일법문 등 여러 저서를 통
            해 교학적 내용을 강조하며 중도 사상의 맥락으로 一以貫之했다                       199) 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는데, 이는 그 스스로 붓다 사상의 핵심은 중도에

            있음을 끊임없이 역설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또한 평면에서 보면 중도와
            절대화된 돈오돈수가 모순 관계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성철이 접한 시

            대 및 사회적 상황에서 불교를 근본으로 되돌리려는 그 의지의 절대성
            인 것이며, 따라서 이 절대성은 중도라는 열린 정신과 미묘한 관계를 형

            성하며 열린 채로 남아있다고도, 즉 돈오돈수 그 자체가 고정불변의 가

            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시 현실과 시대에 대한 그 나름의 진단과 대안                   200)




            196) 신규탁(2007), 323.
            197) 박태원(2015), 36.
            198) 김용환(2011), 218.
            199) 서재영(2017), 25.
            200) 박진영(2006),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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