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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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 『퇴옹학보』 제18집




            로서의 중도와 실천방법으로서의 중도에 차별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퇴옹에게 교(敎)는 그것이 중도를 설명하는 이론체계로서 부질
            없는 사구에 제한되게 된다. 노정기인 줄 알면 꼭 필요한 것이지만, 노정

            기인 줄 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길을 가서 부처가 되게 하는 것은 아니

            라는 것에 퇴옹의 교학과 교판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Ⅵ.  맺음말을 대신하여

                  - 퇴옹의 불교관이 서 있는 지점




               지금까지 화엄교학과 화엄교판이 출현한 지점과 배경, 그리고 그것에

            대한 퇴옹의 해석 관점과 퇴옹이 지향한 불교관을 살펴보았다. 여기에
            서는, 그렇다면 퇴옹의 불교관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하는 점에 대

            하여 간단히 언급하는 것으로서 맺음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퇴옹이 맞닥뜨린 현실에 대한 좀더 폭넓은 시야의 이해가 필요한 부

            분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는 불교 내적인 측면만 언급해두기로 한다.

               퇴옹이 부딪쳐야 했던 불교 내적인 현실, 이것은 퇴옹의 불교적 정체
            성 곧 전통인식과 맞물려 있다. 봉암사 결사, 해인총림의 건설, 백일법문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관되는 돈오돈수론의 강력한 주창은 그 내적 인

            식에서 비롯되는 반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에 간행되는 『한국불교의
            법맥』과 『선문정로』 역시 다르지 않다. 이미 몇몇 선행 연구자들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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