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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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 『퇴옹학보』 제18집
공종, 상상구절종, 원명구덕종의 셋은 화엄의 입장에 의해서 재편된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곱 번째까지는 인도불교사상사
의 흐름에 의한 분류이고, 나머지 셋은 중국 종파불교의 의취를 취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화엄교판이 “중도에 가깝고 멀고에 근거하여
다른 종파의 심천(深淺)을 비판”하여 세워졌다는 이해는 본래의 의도와
는 상이하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리고 실제 퇴옹의 중도에 의한
화엄교판 해석은 종교와 돈교 그리고 원교에 집중되어 있어, 나머지 판
석에 대해서는 거의 거론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보면 천태교
판을 비롯한 나머지 교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퇴옹의 화엄교
판 해석은 의도적인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Ⅴ. 『백일법문』에서 퇴옹의 불교관이 지향하는 지점
퇴옹은 그렇게 구획된 다양한 불교사상사의 흐름에 대한 이해들을
‘중도’에 의해 일이관지하고자 한다. 이 점에 『백일법문』의 가장 중요한
특색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도’라는 관점에 의해서 ‘불교’답지 못한 소
승은 불교에서 배제된다. ‘소승’이라고 폄하했던 많은 교판에서도 보이
지 않는 과격함이다. ‘중도’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유식법상은 폄하
된다. 일견 화엄교판의 관점이 그대로 적용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기
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