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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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법장의 교판론과 퇴옹성철의 불교관 비교 연구 • 157
고, 달마로 인해 중국으로 전해져 선종(禪宗)이 되었습니다. …… 그
러다 『간화결의론』에 와서는 분명해졌습니다. 돈오점수는 사구(死
句)이고 경절문은 활구(活句)라 하여 교와 선으로 분명히 구분하였
으며, 사구로는 자기도 제도하지 못한다고 천명하였습니다. …… 활
구로 들어가면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로 찰나 간에 공부를
성취하지만 사구로 들어가면 자기도 구제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우
리도 사구(死句)인 죽은 길로 들어가지 말고, 경절문의 활구(活句)로
들어가 일초직입여래지로 공부를 성취하도록 노력합시다. 36)
총결 부분이면서, 선(禪)을 본분으로 하는 교판의식이 명료하게 드러
나는 부분이다. “교란 중도의 이론체계이고 선은 중도의 실천방법”임을
전제한다. 그런 연후에 돈오점수는 교(敎)이며 사구이고, 경절문만이 활
구임을 강조한다. 퇴옹이 불교를 바라보는 입지가 어디에 있는지를 강조
하는 부분이다.
앞의 논의를 기준으로 하면, 대승경전이 교학체계로서 이론화되어
분석되어지는 순간 대승경전은 경전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경
전을 읽는 것을 통해 그것이 드러내는 불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해석의 체계를 통해 경전을 분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 사구(死
句)라는 명칭이 있게 된다. 달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분석하
고 있기 때문이다. 퇴옹이 말하는 활구는 달에 보게 하는 손가락이면
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과 교의 심천을 판석하는 관점, 곧 이론체계
36) 퇴옹성철(2014) 하권, pp.387-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