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1 - 퇴옹학보 제18집
P. 271
『조선개교50년지(朝鮮開敎五十年誌)』 번역 • 271
스님은 다행스럽게도 흔쾌히 승낙해주셨지만 막상 일에 착수하자마자
[藤波는] 조선개교상 공로가 있는 몇몇 선배 승려들과 조선 내 각지에 현
존하는 고승을 방문하였다. 그분들로부터 친절하게 그 상황을 전해 들
으니, 그 밖의 확실한 자료가 많지 않다는 모양이기에 藤波師는 7월 더
위가 한창일 때 일본 국내 및 조선을 여행하면서 양국 관계와 정치 상
태, 사상계, 사회상 등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이것 역시 집필의 배경인
까닭에 이에 관한 연구도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었다. 실로 땀을 닦을 새
도 없이 모든 것을 섭렵하여 바로 집필하는 대단한 연구 활동을 하셨던
것이다. 藤波師에 대해서는 어떻게 감사의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법은 스스로 존재하지 못하고 반드시 인간과 함께 그 빛을 발하고,
인간은 또 법으로 불멸의 생명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다. 50년의 역사는
5)
혈석희생(血汐犠牲) 의 순교와 순수한 눈물 어린 신고(辛苦) 등에 의해 만
들어진 것으로, 단시일의 이야기라 간과할 수 없는 이 일은 법[불법]의 힘
과 교도의 신념으로 입증되어 있다. 지금 우리는 그 뒤를 계승하는 자로
6)
써 여기에 감분(感奮) 의 뜻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50년은 불교가 대부분 근절되었다고 할 정도로 조선의 문야(文
7)
野) 를 종교적으로 배척해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불교의
씨앗을 조선 동포 가슴속에 심어줄 때이다. 교화하기에 어렵다는 목소
5) 체내에 조수처럼 흐르는 피. 격한 열정이나 감정을 의미하며, 혈석희생은 피나는 노력을 의
미함.
6) 감격하여 분발함.
7) 문명과 야만을 아울러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