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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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 『퇴옹학보』 제18집
수증론이 깨달음을 닦는 수행 당사자에게 무엇인지를 묻는 것, 이것이
본고의 문제의식인 것이다. 성철선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맥락에서 제시
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성철선의 3대 종지를 나누어 살펴보았다. 선문의 돈오와
부처의 원각이 동일한 것임을 강조하는 돈오원각론은 『선문정로』의 전
체 설법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자 성철선의 제1종지에 해당한다. 그것
은 제1장 「견성즉불」을 표종장으로 하여 특히 제4장 「무상정각」, 제5
장 「무생법인」, 제7장 「보임무심」, 제17장 「정안종사」 등의 장에서 강조
점을 바꿔가며 거듭 논의된다. 돈오원각론은 깨달음 이후 점수가 필요
하다는 돈오점수론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그것은 또한 성불을 궁극의
목적으로 삼는 불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발화된 것
이다. 본고에서는 성철스님의 강설과 인용문에 개입한 부분에 대한 고
찰을 통해 그 돈오원각론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실참실오론은 수행과 깨달음의 실질성, 직접성, 현재성을 중시한다.
그것은 제2장 「중생불성」의 장에서 중점 논의된 뒤 이후 제4장 「무상
정각」, 제8장 「오매일여」, 제11장 「내외명철」, 제12장 「상적상조」 등의
장을 통해서 그 측면을 바꿔가며 거듭 논의된다. 실참실오론에서는 깨
달음의 원리가 아니라 수행과 깨달음의 실질적 결과에 그 논의를 집중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개념적 이해가 남아 있는 해오, 문견(聞見) 등의
차원을 강력하게 배제한다. 그 대신 직접 확인이 가능한 실제 경계를 거
듭 제시하는 데 숙면일여, 내외명철 등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선문정로
는 참선수행의 지침서이자 그 수행과 깨달음의 차원을 점검하는 시금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