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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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59
생사의 언덕을 헤매는 사람임을 밝히는 것을 설법의 주제로 삼는다. 이
처럼 성철스님은 제8식의 근본무명을 단진한 구경무심만이 진정한 대
원경지임을 밝히기 위해 제8식의 소멸에 대해 거듭 언급하는 것이다. 대
원경지를 드러내는 매력적인 많은 진술들까지 포기할 정도로 성철스님
의 제8식에 대한 원한은 깊다. 그 미세하여 알기 어려운 가무심의 경계
에 속아 무수한 수행자들이 궁극적 깨달음을 놓치게 된다는 생각 때문
이다.
우리는 『선문정로』나 『백일법문』을 진지하게 읽을수록 무엇이 환하
게 풀리지 않고 가슴이 꽉 막힘을 느낀다. 성철스님은 듣는 사람을 시원
하게 해주기 위해 설법하지 않았다. 시원하게 알고 이해하는 일은 유심
의 차원이므로 구경무심을 향한 무심의 실천에 장애가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꽉 막혀 알 수 없는 답답한 자리로 우리를
끌고 가 수행하도록 추궁한다. 성철스님은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설법하
였다. 그 공부에는 화두선의 활구참구 외의 다른 것은 고려되지 않는다.
성철스님은 스스로 체험한 바 지금 당장 무심을 실천하여 궁극적 무심
에 이르는 화두 참구의 직선도로에 비해 유심에 호소하는 일은 너무 우
회하는 흠이 있다고 보았다. 오로지 모를 뿐인 자리에서 간절히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아가다 보면 저절로 분별심이 사라지고, 8식의 미세분
별이 소멸하고 구경무심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일시적 무심에 만족하지 않고 크게 죽은 자리
에서 다시 되살아나 원명부동하고 담연상적한 대원경지를 구현하기까
지 멈추지 않고 수행하는 일이다. 설법을 통해 우리를 답답함으로 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