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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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57





               을 쓴다. 교가의 설에 의하면 무생법인은 초지(初地) 보살이나 7지, 혹은

               8지, 혹은 9지 보살이 증득하는 경계이다. 그 기준이 각기 다른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계기로 뒤로 물러나는 일이 없는 불퇴전(不

               退轉)의 자리에 들어가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생법인을 증

               득한 보살을 아비발치, 불퇴전보살이라 하는 것이다. 특히 대승불교에
               서 이처럼 번뇌가 일어나지 않아 오직 중생을 제도하리라는 발원만 남

               는 제8지 부동지(不動地) 보살의 자리는 중요하다. 중생제도를 위해 생멸

               을 거듭하되 그것에 휩쓸리지 않는 부동의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이것을 단 한마디로 정리한다. ‘경전에서 여러 가

               지로 무생법인을 설하고 있지만 묘각만이 진무생(眞無生)’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원한 깨달음을 무생법인으로 규정한 마조스님의 설법을 논

               거로 제시한다. 마음과 대상 경계를 깨달아 망상이 생겨나지 않는 것을

               무생법인이라 한다는 5-2의 설법이 그것이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10지
               를 초월한 구경무심의 증오(證悟)로 설명한다. 한번 깨달으면 영원히 깨

               닫는다〔一悟永悟〕고 한 마조스님의 깨달음은 구경각 외에 다른 것이 될
               수 없으므로 여기에서 말한 무생법인 또한 구경무심의 구경각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반야나 화엄 등의 경전에서의 무생법인에 대한 규정이 틀린 것
               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선문에서는 그 자세하고 체계적인 설명이 깨

               달음으로 가는 길을 더디게 한다고 보는 입장에 있다. 더구나 교가에서

               는 무생법인의 등급을 하품〔7지〕, 중품〔8지〕, 상품〔9지〕으로 나누어 구
               분하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도대체 진짜 무생법인은 무엇인가를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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