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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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 『퇴옹학보』 제18집
가는 성철스님의 진정한 의도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성철스
님의 『선문정로』 전체가 하나의 화두로 제시되었다는 일부 견해는 이러
한 핵심을 짚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공감되는 바 있다.
제12장 「상적상조」의 법문에도 구경무심론의 종지가 뚜렷하게 나타
난다. 성철스님은 일체 망상이 다 끊어진 모습을 적(寂)이라 보고, 구름
이 걷힌 뒤 저절로 태양의 광명이 드러나는 일을 조(照)라 보았다. 물론
구름이 걷히는 일과 해가 비치는 것이 서로 다른 일은 아니다. 그래서 성
철스님은 이것을 상적상조로 묶어서 설법하면서 그 동시성을 거듭 강조
한다. 그러면서도 성철스님의 설법은 일체 망념의 적멸, 미세무명의 멸
진, 무심을 핵심으로 하여 전개된다. 말하자면 고요함(寂)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는 것이다. 그것은 조적(照寂)과 적조(寂照)의 차이를 언급한 대목
에서 더 뚜렷해진다.
‘등각보살은 조적(照寂)이요 묘각세존은 적조(寂照)라 한다’는 『영락
경』의 문장이 그 논의의 출발이 된다. 성철스님은 적과 조가 둘이 아니
라는 기본입장을 취하면서도 그간의 미세한 차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성철스님은 조적에는 비추는 작용이 남아 있으니 여래의 적조와 구분
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아직 미세 식광이 남아 있는 경계이므로 구경의
불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요컨대 등각은 아뢰야식이 멸진하지 않았으므
로 충분히 적(寂)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상적상조의 설법에서 성철스님은 적조, 혹은 적광(寂光)은 구경
각을 성취한 부처님의 경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니까 상적상조 역시
직접 실경으로 그것을 체험했는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깨달음의 점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