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15년 1월호 Vo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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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사나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 백낙천, 두보, 소동파, 왕유, 그
리고 황벽 대사의 『전심법요』를 정리한 배휴 거사 같은 이들
도 참선을 해온 재가자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의 가치
가 알려져 참선을 배우려는 재가자들이 더 늘어납니다.
중국은 송나라 중엽에 북방의 금나라와 원나라의 외침을
받게 됩니다. 나라에 위기가 닥치자 고위관리들은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전쟁으로 경제가 피폐해지고 민생이 도탄에
빠졌습니다. 더구나 조정 대신들은 외적에 맞서 싸워야 한
다는 주전파와 평화를 유지하자는 주화파로 나뉘어 갈등합
니다. 이런 시대에 고위 관료 불자들이 산중 선사들에게 어
떻게 마음을 다스리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길을
묻습니다.
이때 화두 참선을 제시하면서 크게 활약한 분이 대혜 (大
慧, 1089~1163) 선사입니다. 대혜 스님은 오늘날 간화선 교과
서로 가장 많이 읽히는 『서장(書狀)』을 지은 분입니다. 당시
사대부들이 스님에게 마음 공부법을 묻고 답한 편지를 모은
책이 『서장』입니다.
즉, 선의 가치에 눈을 뜬 재가자들이 늘어났으나 이를 지
도하고 이끌어 줄 조사 선지식들이 많지 않으니 조사들이
깨친 기연을 화두로 주어 참선하여 깨치는 공부법이 바로
간화선입니다.
화두(話頭)란 조사 선지식이 도를 깨치러 온 수행자에게
준 말입니다. 수행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조사를 찾아가 길
을 묻고 말을 듣자마자 단박에 깨쳐 영원한 자유를 성취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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