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5년 1월호 Vo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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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써 부연하여 설명했다.
흘린 피가 우유빛 젖이 되다
이 사건의 발단은 사소한 것이었다. 어느 날 가리왕은 궁
녀를 데리고 근처로 소풍을 나왔다. 함께 오손도손 맛있는
점심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과식을 한 탓인지 이내 찾아온
식곤증으로 인하여 잠을 청했다. 그 사이에 궁녀들은 짧은
시간이나마 자유 시간을 갖기로 했다. 꽃과 나비를 따라 산
책을 나갔다가 들판의 큰 나무 밑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인
욕선인을 만난 것이다. 갑을관계에서 오는 왕의 정치적 권위
와는 또 다른 맑고 고요한 종교적 권위에 그대로 매료되었
다.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꽃을 바치고 그 자리에서 ‘오빠
부대’가 된 것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닥거리다가 결국
사단이 났다. 낮잠에서 깨어난 왕은 궁녀들을 찾아 나섰지
만 이미 ‘오빠부대’로 전락해버린 그녀들을 보자마자 그 질
투심은 극에 달했다. 졸지에 삼각관계가 된지라 ‘뭐하는 X이
냐?’는 정제되지 않는 거친 어투가 튀어나왔을 것이다. ‘인욕
수행을 하고 있다’는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참는 힘이 얼
마나 되는지 테스트해 보겠다는 미명하에 일말의 망설임 없
이 그의 손발은 물론 잘생긴 코까지 단숨에 칼질을 마쳤다.
그런 다음 적반하장격으로 ‘진짜 인욕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이라’는 닦달까지 해댔다.
“인욕하는 마음에 거짓이 없다면 흘린 피가 모두 우유가
되리라. (血當爲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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