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15년 1월호 Vo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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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바라문 출신인지 하나같이 거만했다. 성직자라는 직업은
3차 산업에 속하는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가
거만하다면 이는 결국 포교영업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그
래서 수행자의 거만이란 본분마저 저버리는 결과로 귀착된
다. 이 소문을 전해들은 상나화수 존자는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으로
하늘을 팍팍 찔렀다.
“갑자기 하늘에서 흰 우유가 흘러내렸는데 끈적끈적 (膏:고)
했다. (俄降白乳如膏)”
도대체 이런 이상한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대중
들은 설명을 원했다. 하지만 ‘수행을 제대로 하면 알 수 있
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결국 『금강경』에서 말한 아상(我
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의 제거를 위
한 방편으로 신통력을 보인 셈이다. 수행의 시작은 아만심을
버리는 것에서 출발하는 까닭이다.
원철 스님 원철 스님은 해인사, 은해사, 실상사, 법주사, 동국대 등에서 경전과
선어록을 연구하고 강의했다. 그리고 일간지와 교계지 등 여러 매체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
춘 글로써 주변과 소통해왔다.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 『절집을 물고 물고기 떠있네』 등
몇 권의 산문집을 출간했다. 번역서에는 『선림승보전』상·하가 있으며, 초역을 마친 『보림전』
의 교열 및 윤문작업 중이다. 조계종 불학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해인사승가대학 학장
(강주) 소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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