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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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에 나옹 대사 같은 경우는 젊은 시절 가까운 친
                 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보고는 생사의 길을 알고자 바로
                 출가해서 도를 깨칩니다. 우리 조계종의 초대 종정을 지내

                 신 효봉 스님도 일제강점기에 판사를 하다가 어떤 사람을
                 재판해서 사형을 시킵니다. 그런데, 그 뒤에 진범이 나타나
                 당신이 죄가 없는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
                 아 판사직을 그만두고 출가해서 바로 참선해서 깨칩니다.

                   이와 같이 어떤 처절한 사건을 경험하거나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하거나 하면 인생이 허망하다는 것을
                 알아 생사를 해탈하는 구도의 길로 바로 들어가기도 합니
                 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불교를
                 공부해서 정견을 세우고 신심, 발심을 일으켜 참선을 시작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철 스님도 이와 비슷한 과정으로 참선을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채근담』이란 책을 보다가 한 구절에 마음이 와 닿
                 아 불교를 공부하기 시작하여 선어록인 『증도가』를 읽고는
                 마음이 밝아져서 참선하고 싶은 마음이 났습니다. 그래서
                 고향인 산청에 가까운 지리산 대원사로 가서 요양하다가 화

                 두참선 지침서인 『서장』을 보고 ‘조주무자’ 참선하는 법을
                 익혀 혼자서 참선을 시작한 지 42만에 동정일여에 이르렀습
                 니다. 성철 스님도 출가 전 재가자로서 혼자 화두 공부를 시
                 작해서 동정일여를 체험하고는 한 번도 방황하지 않고 영원

                 한 자유와 행복의 길로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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