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5년 6월호 Vol.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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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옷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함께 살면서 사람들은 축생이란 사실을 망각
하게 된다. 그야말로 ‘반려’가 되고 ‘가족’이 된다. 그런데 진
정한 반려가 되고 진정한 가족이 되려면 축생세계가 아니라
인간세계로 편입되어야 한다. 열혈 애견가들 사이에서 이런
‘가상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덕분에 이제 표면적
으로는 진입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
면 근본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그 편입은 축생이 원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원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축생은 본래
자기가 가진 털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제거되고 그 위에
이질적인 옷이 입혀지는 ‘신분상승’을 절대로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봤자 가축(家畜, 집안에서 기르는 짐승)이 될 뿐이
다. 절대로 ‘가족’이 될 수 없는 자신의 한계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명 보살은 온몸이 털로 덮여 있었다
선종 제12대 조사(祖師)인 마명
(馬鳴) 보살도 전생에는 인간세계
와 축생세계를 오가면서 살았다
고 한다. 그는 사람 몸을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옷이 필
요 없었다. 말(馬)처럼 온몸이 털
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에도 그 역시 ‘사람’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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