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16년 8월호 Vol.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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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는 그만 그 자리에서 언하대오(言下大悟)하여 절하고 말
                합니다.
                  “저는 옥천사에서 왔는데, 신수 스님 밑에서는 깨치지 못하

                다 큰스님 법문을 듣고 바로 본래 마음에 계합하였습니다.”
                  혜능 대사가 “네가 거기에서 왔다면 염탐꾼이로구나!” 하니,
                  “말하지 않을 때는 그러하나, 말씀드렸으니 이미 아닙니다.”
                  “번뇌가 곧 깨달음[煩惱卽菩提]이라는 것도 이와 같다.”

                  아주 유명한 법문입니다. 신수 대사의 제자가 돈오한 대목
                입니다. 혜능 대사는 이와 같이 단박 깨치고 단번에 닦는 가
                르침을 폈으니 천하에 인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우리는 본
                래부처이니 중생이라는 착각을 단박 깨치면 단번에 닦아 부

                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조사선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번뇌즉보리 [煩惱卽菩提]”라 합니다. 번뇌와 보리(깨
                달음)가 다르다고 보는 것은 단지 양변에 집착하는 착각입니
                다. 번뇌도 보리도 연기라는 본질을 보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니 중도로 존재하며, 모두 실체가 없으니 무아,
                공이라 합니다. 그러니 번뇌가 곧 보리, 깨달음입니다.
                  중생과 부처도 이와 같습니다. 중생과 부처를 각각 실체로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하지만, 중생도 부처도 중도연기이고

                무아, 공입니다. 그러니 중생이 곧 부처고, 부처가 곧 중생입
                니다. 존재원리로 보면 중생과 부처는 하나, 불이 (不二)입니다.
                이것이 중도연기법이고 부처님은 이것을 깨달아 어떤 물건이
                나 생각에도 집착하지 않는 대자유인이 된 것입니다.

                  반면에 신수 대사는 중생과 부처, 번뇌와 보리가 따로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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