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16년 8월호 Vol.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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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중생이 열심히 점점
                 닦아가 깨쳐 부처가 된다는 돈오점수가 옳고 돈오돈수는 이
                 해할 수가 없습니다.



                   ● 성철 스님과 서옹 스님께 돈오돈수를 묻다
                   나도 젊은 시절에는 돈오점수가 옳고 돈오돈수는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봉암사에서 서옹 스님을 모시고 살 때 어느 날,

                 노장께 “스님, 『서장』 「이참정편」에 ‘이치는 곧 돈오이나 일은
                 단박에 없애지 못한다[理則頓悟 事非頓除]’는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노장께서는
                 “나는 『서장』을 안 봤어.”해서 놀랐습니다. 『서장』을 보여드리

                 니 서옹 스님께서 “이 부분은 대혜 스님의 사상과는 근본적
                 으로 맞지 않다. 아마도 재가자에게 하는 말이니 방편으로 하
                 였거나 뒷날 누군가 책 만들면서 임의로 넣은 것 같다.”고 하
                 셨어요. 당시에는 서옹 스님 말씀이 납득이 안 되었습니다.

                   또 한번은 성철 스님께 대든 일이 있습니다. 1970년대 어느
                 날인가, 내가 머물던 남해 용문사 염불암에 성철 스님이 갑
                 자기 오셨어요. 당시 제자인 비구니 백졸 스님이 용문사 주지

                 를 하게 되어 아마도 노장께서 와보신 것 같은데 (그때 해인사
                 청량사 원타 스님이 모시고 왔다는 것을 뒷날 알았다), 비구니 도량이
                 니 노장께서 염불암으로 올라와 내 방에서 주무시게 되었어
                 요. 당시만 해도 나는 돈오점수 기준으로 깨달았다고 생각하
                 고 보림하던 터였으니, 돈오돈수 대장인 성철 스님이 온다니

                 잘 됐다 한판 해야겠다고 단단히 결심하고 방으로 모시고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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