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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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출세간이라는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과거와 현재 같은 시
간을 뛰어넘어 걸림 없이 소통하는 것이 실상의 세계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돈문에 들어가면 실상을 바로 보게 되고, 보
고 듣는 모든 경계가 중도임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원돈지관
은 번뇌와 보리, 세간과 출세간을 구분하는 상대적 인식을 깨
는 것이며, 분별심으로 대변되는 중생의 인식을 넘어서는 것
이다. 번뇌를 떠난 곳에 보리가 있고, 중생 밖에 부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탈과 열반이라는 실상세계가 따로
있다는 것은 차별변견에 빠진 중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
편이라는 것이다. 실상을 바로 알면 전체가 다 가상(假相)인
동시에 모든 것이 그대로 실상이라는 것이다.
● 마하지관의 원돈지관
절대지관에 대한 천태의 관점은 『마하지관』에 상세히 기술
되어 있다. 상대지관이 번뇌와 보리, 세간과 출세간이라는 차
별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절대지관은 그와 같은 분별을 넘어
선 지관이다. 『반야심경』에서는 공(空) 가운데는 오온(五蘊),
육근(六根), 육경(六境), 십이연기(十二緣起) 등 모든 차별적 개
념을 부정했다. 천태의 절대지관 역시 모든 차별적 개념을 벗
어나 걸림 없는 세계에 대한 관조와 자각을 말한다. 원돈의
경지에서는 세간과 출세간이 다르지 않으며, 선과 악을 넘어
서 있으며, 모든 차별상을 초월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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