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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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돈(圓頓)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실상을 반연하므로, 경
계에 이르면 그대로 중도이어서 (造境卽中) 진실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인연을 법계에 매며, 생각을 법계에 하나로 하
여, 하나의 색 (色)과 하나의 향(香)도 중도가 아닌 것이 없
으니, 자기의 세계와 부처의 세계와 중생의 세계도 그러
하다. 음(陰)과 입(入)이 모두 진여이니 버릴 만한 고(苦)
가 없고, 무명의 번뇌가 곧 보리니 끊을 만한 집(集)이 없
으며, 변 (邊)과 사(邪)가 모두 한가운데이고 바르니 닦을
만한 도(道)가 없고, 생사가 곧 열반이니 증득할 만한 멸
(滅)이 없다. 고와 집이 없으므로 세간이 없고, 도와 멸이
없으므로 출세간도 없으니 순일한 실상이어서 실상 밖에
다시 다른 법이 없다. 법성이 고요한 것을 지 (止)라 하고,
고요하면서 항상 비추는 것을 관(觀)이라 하니, 비록 처음
과 나중을 말하나 둘도 없고 다른 것도 없는 것을 원돈지
관이라 한다.”
천태가 말하는 원돈의 세계는 ‘일색일향 무비중도(一色一香
無非中道)’로 요약된다. 우리가 보는 하나의 색, 한 줄기의 향
기가 모두 중도 아님이 없다는 것이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
면 빛과 소리, 향기와 맛, 촉감과 분별은 모두 번뇌의 찌꺼기
들이며, 내면을 더럽히는 외부의 먼지 즉 ‘객진 (客塵)’들로 이
해된다. 그래서 인식의 대상이 되는 객관세계는 ‘육진경계 (六
塵境界)’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절대의 세계, 원융무애한 원돈의 입장에서 보면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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