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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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들이 아니다. 반성을 중단하면, 달리 말해 선-반성적 의식만이 유지되
도록 하면, 종자니, 현행이니, 견분이니, 상분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의미
가 없다.
선-반성적 의식 속에서 모든 존재자들은 차별 없이 단지 현존(現存,
wesen)할 뿐인데, 이런 존재방식이 원성실성이다. 반성적 의식을 통해 선-
반성적 의식 속의 하나의 존재자를 알아차릴 때, 이것이 법계연기法界緣起
속의 다른 존재자들과 상입(相入, 상호침입)하고 상즉(相卽, 상호접속)하고 있
음을 알아차린다면, 그 존재자의 존재방식은 의타기성이다. 반성적 의식
을 통해 선-반성적 의식 속의 하나의 존재자를 알아차릴 때, 이것이 나에
대해 이로움과 해로움을 갖고 있음을 알아차린다면, 그 존재자의 존재방
식은 변계소집성이다.
달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선-반성적 의식 속의 경계의 성품이 원성
실성이다. 반성적 의식에 의해 선-반성적 의식을 반성하는 것이 이른바
분별이다. 1차적 분별은 경계를 그 전체성에 있어서 분별하는 것인데, 전
체적으로 분별되는 경계의 성품은 의타기성이다. 2차적 분별은 전체적 경
계 속의 개체들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분별하는데, 이 경우 분별과 더불어
개체들에 대한 호오의 감정이 일어나면, 개체들은 집착이 수반하는 경계
들로서 변계소집성이라는 성품을 갖게 된다.
4. 현상학적 관점에서 보면, 선정禪定이란 선-반성적 의식만이 유지되
도록 하거나 1차적인 분별만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선정에 대한 정의는
때로 이처럼 간명하다. 물론 이런 정의는 ‘어떻게 하면’ 선-반성적 의식만
이 유지되도록 하거나 1차적인 분별만이 일어나게 할 수 있는가라는 매우
어려운 물음을 자기 뒤에 남겨 놓고 있다. ‘어떻게 하면’이라는 물음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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