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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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도 없음으로 둘은 동시에 또 없는 것이다. 이와 사는 다 존재하는 구
           존俱存인 동시에 모두 사라지는 쌍절雙絶이 된다.
             여덟째는 “함께 없어지면서도[俱亡] 함께 사라지지 않음[俱不泯]”이다. 한

           송이 꽃이라는 실체적 현상은 없고, 그렇다고 현상과 분리된 이법도 없다.

           하지만 꽃이라는 현상은 여전히 있고, 그 이면에 연기라는 이법도 여전히
           존재한다. 둘 다 부정[雙遮]되지만 동시에 둘 다 긍정[雙照]되는 존재의 중도
           성이 드러난다. 아홉째는 “앞의 여덟 가지 명제가 서로 수순[相順]하면서도

           함께 나타남[俱現]”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여덟 개의 명제가 서로 위배되거

           나 모순되지 않고 서로 조화롭게 상호 수용됨을 의미한다. 열째는 “모두
           각자가 서로 빼앗으면서도[相奪] 사라지지 않음[不泯]”이다. 한 송이 꽃은 연
           기적 관계로 존재함으로 본질[理]은 현상[事]이라는 개별상을 박탈하고, 연

           기라는 이치[理]는 무수한 현상들[事]에 의지해 나타남으로 현상은 다시 본

           질을 박탈하는 상탈相奪이 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빼앗지만 여
           전히 본질은 본질대로, 현상은 현상대로 존재한다.
             이상과 같이 열 가지로 정리된 이사원융의는 현상과 본질, 본체와 작용

           이 둘이 아닌 불이不二임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본질과 현상이 없는 것

           이 아니라 각각의 특성대로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본질도 없고 현상도 없
           는 쌍차가 되고, 동시에 본질도 있고 현상도 있는 쌍조가 된다. 결국 이사
           원융의는 존재의 중도적 특성을 밝히는 교설이라고 할 수 있다.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
                                   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
                                   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
                                   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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