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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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 만들기도 하지만 검소와 절약으로 보시를 가능하게도 합니다. 멸滅―
           도道는 시점의 분리가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욕심 없이 살 수는 없습니다. 길게는 300만 년 전(오스트
           랄로피테쿠스), 짧게는 15만 년 전(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부터 욕심, 의심, 불

           안은 생존의 무기였고 진화의 동력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때의 욕심은
           생존 차원의 소박한 형태로 오늘의 욕심과는 차원이 달랐겠지만 말입니다.
             힐링 열풍에 이어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수입품

           신종 ‘마음 마사지’ 사업이 등장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사업 감각입니다.

           힐링을 불교의 관점에서 보자면 명백한 ‘삶과 실천(道)’의 분리입니다. 워라
           밸은 더 고가로, 삶으로부터 마음을 분리시키는 상품입니다. 워라밸 붐 덕
           분에 캠핑카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국민 행복 증진이

           라는 생색내기에 내수 진작이라는 내심도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워라밸

           소비라는 스트레스 항목이 하나 더 늘게 생겼습니다.
             무엇이 이 시대의 신통묘용神通妙用일까요, 불교에서 ‘독’으로 여기는 ‘탐
           진치’를 무한 승인, 무한 증장시키는 소비 자본주의의 농간에 넘어가지 않

           는 주체적 삶을 살겠다는 욕심이 아닐까요. 멀리 떠나도 괴로운 일을 만난

           다. 멀리 떠나지 마라. 또 괴로운 일을 만나지 마라. 『법구경』의 진리를 지
           금 여기서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현전하는 윤회(소비-고갈-과욕-스트레스)
           로부터의 해탈일 것입니다.




             ‘나’, 궁극의 스승


             이 글이 독자들에게 다가갈 즈음엔 월드컵이 한창이겠지요. 저마다 ‘안

           방의 히딩크’로서 경기 지휘 잘 하십시오. 무능한 감독은 경기장에서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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