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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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로 세상 읽기 2



                          “가짜와 헛것들은 가라”



                                                           김군도 | 자유기고가





                날씨가 매우 추워 난로를 찾으니 보이지 않고, 땔감을 찾던 중

                법당 안에 모셔진 목불상을 발견했다. 그래서 목불을 안고 나와

                모탕 위에 놓고 쪼개 군불을 지피고 있는데 마침 혜림사의 원주
                가 보고는 깜짝 놀라 단하를 비난했다. 단하는 천연덕스럽게 대
                답했다. “사리가 혹 나오나 해서…” 원주가 말하길 “나무에 무

                슨 사리가 있겠소?” 단하가 대답했다. “사리가 나오지 않으면

                부처가 아닐 것이요, 그렇다면 나를 책망할 게 없지 않소.” 원주
                는 할 말을 잃었다.(『경덕전등록』 제14권 )



             도올檮杌 김용옥金容沃 선생은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에서 대학생 시

           절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한국사찰을 돌며 동양사상에 대해 공부하고 의
           견을 나누었다고 적고 있다. 외국인 친구들은 거대한 목불 혹은 철불 앞에
           서 큰 절을 올리는 불교신자들의 모습을 보고 우상숭배라며 힐난詰難하였

           다고 한다. 서양종교에 익숙한 그들로서는 그 비난이 당연하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도올은 기독교 신자이긴 해도 그들의 비난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고 고백했다. 그들이 말하는 우상숭배란 한국문화와 사상으로 보면 맞지
           않는다고 여긴 도올이었다. 이를 해명할 수 있는 마땅한 논리나 근거를 찾

           지 못해 애를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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