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P. 99
마음을 찾아 2
태초에 욕망이 있었다
김문갑 | 철학박사·충남대 한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프시케Psyche,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
정신분석학[精神分析學, Psychoanalyse(독) Psychoanalysis(영)]이란 말은
1896년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에 의해 처음으로 사
용되었다. 이 말은 ‘Psyche’와 ‘Analyse’의 복합어로, 프로이트가 분석Analyse
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프시케Psyche’임을 나타낸다. 프시케는 그리스 신화
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으로, ‘영혼’이란 뜻을 갖고 있다. 영혼이
라고 하면 오늘날 다분히 종교적인 느낌을 주는데, 프시케는 그보다는 인간
내면의 깊은 세계를 은유metaphor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단어가 영어로는 ‘마인드mind’로 번역되었는데, 한국어로는 왜 ‘정신’
으로 번역되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한국어의 ‘정신’에 해당하는 독일
어 ‘가이스트Geist’는 프로이트가 분석대상으로 삼았던 것이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어 ‘Geist’에서 영혼의 의미를 찾자고 하면 굳이 못 찾
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헤겔Hegel의 『정신현상학Phänomenologie des
Geistes』으로 대표되는 ‘Geist’, 즉 ‘정신’은 다분히 이성적인 것, 혹은 지성
적인 것이다. 그것은 자연적이거나 육체적·물질적인 것과는 안전히 반대
쪽에 있는, 초월적이며, 말 그대로 정신적인 것이다.
각설하고, 프로이트는 이런 헤겔적인 정신 개념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
99